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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왕

설국열차 리뷰 스포일러 포함, 열차칸 비유

LJay 2013. 8. 5. 01:50

간만에 대작이 나왔다.

봉준호 감독 영화의 한장면 한장면은 '저 장면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주고,

엔딩까지 보고나면 깊은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고 싶어진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더 강하다. 


영화의 사전적 의미가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 이라고 한다.


설국열차는 거의 모든 인물, 모든 장면, 심지어 소품까지에도 '의미'들이 깃들어 있었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모티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스토리를 수정했다고 한다.








이제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영화의 한장면-한장면을 의미부여하고 해설하는 글은 아닙니다.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열차는 1년에 한번 왕복하며 다양한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국열차는 얼어붙은 지구에 생존자들을 태운 기차안의 이야기다.

재난영화가 아니다. 

설국열차안의 다양한 열차칸과 그안의 사람들은 우리 인류의 현재 사회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바로 '누구하나 평등하지 않은 우리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유지되는지,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이 구조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절대 평등하지 않은 현대사회를 보여준다. 

설국열차안은 이미 우리 사회구조이고,  그안에 있는 인물들도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들이다.


각 열차칸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 열차칸을 사회계층별로 나눌 뿐 아니라, 국가별로 나눴다고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국제사회를 너무나 빼다박았다.


먼저 꼬리칸.

영화속 최상위층 권력은 꼬리칸승객을 인간취급도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쓰레기정도로 생각한다. 

없어져도 되는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만 최소한의 식량은 준다. (비록 바퀴벌레로 만든 프로틴일지라도.)

하지만 이마저도 필요한 자원을 회수하기 위해서이다. (5살이하 아이들의 출산)


착취당하고 인간취급도 못받는다.


게다가 알고보니 인구수감소를 위해 오히려 최상층에서 반란을 부추겼다.




이 꼬리칸을 보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떠올랐다.


아프리카인들은 과거에 노예로 착취되어 서양인들 부의 밑거름이 됐다.


또 자원에 대한 권리를 모두 빼았겼다. 


게다가 이 피해자들이 서로 통합했을 때, 불공정무역계약이 해제되어 생기는 손해발생이 두려운지


서양인들은  뒤에서 반군세력을 지지하고, 반군세력이 강해지면 정부군을 뒤에서 돕는 중이다.



아프리카가 딱 설국열차의 꼬리칸아닌가?  (물론 수탈당하는 국가가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조의 핵심인 엔진에 다르기 직전의 열차칸.  그곳은 술과 약에 취해있는 사람들 뿐이다.


이곳에 흑인과 동양인이 없는 것을 보고 이 열차칸이 서양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임을 느꼈다.


물론 이들이 꼬리칸을 수탈하는 계획을 세우진 않을 것이다. 


이들은 열차의 통치자가 어떤 구조를 짜서 어떤 짓을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관심도 없다.


이 사람들이 술과 약이 깨서 꼬리칸의 사정을 들으면 누구하나는 도와주자고 한마디 할 수도 있겠다.


물론 다시 다른 무언가에 취해서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부유하고 안락한 사람들의 잘못일까? 


아니다. 이 시스템자체, 이 시스템을 짜놓은 지배자의 잘못이다.


영화속에는 꼬리칸에 있던 바이올린연주자가 등장한다.


아내를 몹시 아끼는 듯 보여지지만, 아내와 헤어지고 상위열차칸에 잡혀간 후 아내의 안부조차 묻지 않게됐다.


또 영화속 교실칸의 아이들은 커가면서,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꼬리칸 사정을 알게 될까?


그 아이가 커서 안락한 생활을 하다가 무슨 잘못으로 인해 꼬리칸으로 쫒겨났다고 쳐보자. 


반란은 커녕 그는 열차밖을 나갈 엄두도 못낼 것이다.


교육이 세뇌수단으로 이용되어 통제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속 우스운 교육 또한 우리가 받는 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창의적인 사고를 잘라버리고 똑같은 것을 주입받는 교육, 낙오자는 배제하고 성공에만 미친 무한경쟁의 교육이랑 뭐가 다를까

이런 대한민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는 오바마까지 수상스럽다. 물론 교육실태를 잘 파악못한 것이겠지만..)








국가말고도 인물들도 우리 사회의 여러 인물로 비유된다.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길리엄이었다.


꼬리칸에서 존경받고 지도자급의 사람이지만 결국 시스템에 순응하여 지배자에게 굴복한 하위층 지도자.


어린 아이들의 납치를 눈감아주고 다음세대까지도 노예인생을 대물림받게 한다.


반란을 조장한 지배자에게 공조했고, 반란이 생각보다 성공했지만 식수칸쯤에서 타협하자고 설득한다. 


(나는 이 때 길리엄과 함께 남은 사람들을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도자는 우리 사회에 트럭으로 있다. 


서양금융세력들에게 아부하고 자국민을 수탈하는 정치인이나 기업가,


부패한 여당과 공조하지만 겉으로는 반여당을 외치는 야당지도자 등. 셀 수 없이 많다.



영화초반 꼬리칸사람들이 존경하는 길리엄의 모습과 그에 대조되는 후반반전은 


우리가 그런 이들을 볼 때 어느정도 경각심을 줄 정도로 상당히 인상깊었다.








길리엄과 달리 겉과 속이 같은 인물도 있다.


마치 세뇌된 것처럼 권력에 기생하는 그녀. 자기자신의 위치가 제일 중요한 인물.


꼬리칸의 사람들의 인생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런 인물도 우리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주인공 커티스 같이 가해자지만 구조의 피해자인 사람도 있다.


열차 사회구조상 꼬리칸에 배치됐고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었다.


죄없는 여자의 아이를 먹으려다가 길리엄에게 감복받아 반란을 준비한다. 


반란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분노였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지배자에 대한 분노.


그리고 희생과 변혁이 아닌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마음정도가 다음 동기였다.

 


그는 영화속에서 현실에서는 절대 깨지 못할 시스템에 핵심(엔진)까지 갔다.


하지만 바꾸고 새롭게 만들 준비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설득 당하기 직전까지 갔다. 





열차 지배자 윌포드는 이 모든 것이 인류생존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모두가 각자 자리가 있고 그곳에 있어야 


이 시스템이 유지되며 그것이 아니라면 열차는 멈출 것이라며 설득한다.


안락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말이다.




윌포드의 말대로 열차는 폐쇄적인 생태계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다


그가 우려하는 대로 인구가 많아지면 식량이 부족하게 되고, 반란이 일어날 수 있고, 열차의 계속되는 전진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 역시 최상층권력자의 더러운 합리화이다.


그는 자신과 열차(구조) 를 위해 5살 아이를 지하에 처박아 놓는 위선자일 뿐이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인정하고 불평등을 참아내며 원래 그렇다는 듯이 살아간다면 열차(구조) 자체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꼬리칸사람들은 왜 지배받아야 하는가?


왜 게스트칸에 탄 사람들은 그들이어야 하나? 






왜 열차(구조) 속에서 놀아나야 하나?



설국열차 속 커티스는 열차칸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남궁민수는 불합리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열차칸 앞으로 전진하지 않고 옆으로 나가고자 했다.


열차(구조) 자체를 부수고 이 불합리한 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설국열차 엔딩에서는 구조자체가 박살이 났다.


그래도 모두가 우려한 것처럼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게다가 생존자는 지배자인 그들이 아닌 어린 동양인과 흑인이 되었다.




구조자체에서 벗어난다. 이것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끝나고 많은 생각을 했다.


현실속 우리가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무관심하게 기계처럼 놀아나지 않고, 구조에서 한발자국 벗어나서 현실을 바라보고,


우리가 자각만이라도 한다면 


그 자각이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변화가 사회든 나 자신이든.





이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라서 너무나 고맙다.


메세지가 있는 영화는 숱하다. 


하지만 스토리속에 메세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큰 재미와 공존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설국열차가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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